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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m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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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캔슬링을 끄고, 볼륨을 낮추세요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앰비언트 음악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우리의 삶에 개입한다. 일반적인 음악이 감정을 고조시키거나 서사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앰비언트 음악은 오히려 감정의 밀도를 낮추고,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음악을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듣기보다, ‘어떤 상태에 머물기 위해’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음악은 하나의 대상이라기보다,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장치처럼 기능한다. 소리는 전면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인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점진적으로 우리의 감각과 태도를 바꿔 놓는다. 현대의 일상은 끊임없는 자극으로 가득 차 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점유하는 ..
흐르게 되면 흐르고 구덩이를 만나면 멈춘다 흐르다 :: 흐르게 되면 흐르고 구덩이를 만나면 멈춘다flow :: Flow When It Can, Rest Where It Must. 어린 시절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 시리즈 「형사 가제트」에서는, 매번 지령을 전달받고 나면 그 메시지가 곧바로 불에 타거나 폭발하여 흔적 없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 장면은 늘 웃음 포인트였고, 주인공 가제트 형사의 특징을 한 장면으로 드러내는 묘사이기도 했다. 전달되는 순간 기능을 다하고 더 이상 남아 있을 필요가 없는 문장. 이 글을 쓰면서 그때 그 장면들이 떠올랐고, 이 글도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읽는 동안 잠시 머물다가, 전시장을 나설 때는 이미 희미해져도 괜찮은 글. 이 글이 전시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어떤 ..
ECHO & FLOW_Busan MOCA mix 나는 오래전부터 미술관에서 들리게 되는 소리에 대해 가끔 생각해 왔다. 많은 작업들이 ‘사운드 아트’라는 이름 아래 제시되지만, 그 소리들은 종종 귀로 경험되기보다 설명과 개념을 통해 먼저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듣기 전에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상황도 드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소리는 하나의 감각적 경험이라기보다 어떤 생각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내가 음악을 만들면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조금 다른 종류의 흐름이었다. 나에게 소리는 무엇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는 하나의 환경에 가깝다. 하나의 음은 다른 소리와의 거리 속에서 의미를 얻고, 어떤 소리가 길게 이어지면 주변의 침묵 또한 다른 성질을 갖게 된다. 새로운 ..
자세히 들어야 즐겁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시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짧은 구절이지만 이 시는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삶을 대하는 마음을 단번에 일깨워준다. 자세히 보아야 비로소 드러나는 미묘한 아름다움, 그리고 오래 두고 바라보아야 알 수 있는 깊은 사랑스러움. 이 단순한 진술은 작품을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예술은 한 번의 시선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머물고, 다시 바라보고, 시간 속에서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그 본질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전시장 속 작품들도 오랫동안 바라볼수록 더욱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2016년, 이은정, 이주원, 하진 세 작가의 3인전 WONDERWALL 전시를 위해 만들었..
ECHO & FLOW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들의 기억들은 매끄럽고 거대한 강처럼 연결돼 있다기 보다는, 미세하고 수많은 결절과 끊김,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은 흔들리고, 어떤 생각은 스치듯 떠올랐다 이내 사라진다. 판단은 늘 확고하지 않고, 감정은 늘 단일하지 않다. 어떤 실수는 금세 잊히고, 어떤 고요한 순간은 이유도 없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 반복되는 ‘작은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삶은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며 쌓인다. 나는 그런 찰나들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다. 크고 뚜렷한 서사가 아니라, 기억조차 흐릿한 순간들의 층위를 따라가고 싶었다. 벽에 부딪혔다가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물속에 잠긴 손끝을 타고 전해오는 미세한 파동처럼, 잡히지..
장르라는 이름의 모래성 앰비언트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 ‘앰비언트’라는 단어를 채널의 중심 키워드로 택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꽤나 넉넉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좋은 라벨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주변을 감싸는’, ‘배경이 되는’ 이라는 단어의 어원처럼, 내 음악이든 타인의 음악이든 그 어떤 결과물도 조심스레 감싸 안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개념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플레이리스트를 선별하고, 소개 문구를 쓰고, 해시태그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Ambient’라는 이름은 나에게 점점 낯선 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초 앰비언트라는 장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전에 만들어진 음악을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고 재단하고 있는 모습..
JOUMSA와 소리에 대한 대화 인터뷰어 : 봄 (문화예술 기획자) 일시: 2025년 6월 어느날 봄) 소리에 대한 태도와 철학당신에게 '소리'란 무엇인가요?소리를 예술의 재료로 삼을 때, 어떤 점에서 매혹되었고, 그것이 당신의 작업과 기획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나요?또한, 일상 속 소리와 예술로 편성된 소리 사이에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음사)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예술의 잠재적 재료로 보고 있습니다. 소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곳곳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유동적인 현상이며, 그 자체로 이미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텍스처입니다. 그리고 이 소리를 인지하고 해석해내는 인간의 귀는, 그야말로 정교하고도 특별한 신체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귀는 단순히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추격자들 이 음악에는 여러 기억이 담겨 있다. 1. 세월호의 침몰을 생방송으로 봤던 날. 학생들은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따랐을 뿐이었다. 그 상황이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Total Live Drawing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MOVE! MOVE! MOVE!)"는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프랑스에서는 연쇄 폭탄 테러로 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사건이 있었다. 2016년 봄, 한불수교130주년 기념사업에 참여하면서, 세월호와 폭탄 테러에서 양국의 예술가들에게 동병상련이 있겠다 싶었고, 그 공명대를 찾는 기획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2. 박철호 작가와 출국 전에, 안산에 있는 분향소와 여러 장소를 방문했다. 뉴스와 매체를 통해 보던 300명이 넘는 희생자의 영..
스피드시대의 워터스파이더 전통적인 육체노동(농부, 어부, 나무꾼 등)에는 노동의 리듬을 돕거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육체적 고통과 지루함을 덜기 위한 노동요가 존재했다. 각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말투로 불렀던 수많은 노동요는 오늘날 어떻게 변모했을까? 1990년대 MBC라디오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귀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최상일 PD님이 우리소리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하던 2021년에,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녹음했던 그 당시의 그 노동요가 '현재는 어떻게 계승되고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영상 기록을 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나는 촬영팀 소속의 현장 사운드 채집으로 참여했었다. '길쌈노래'와 '나무꾼의 노래'를 다시 찾아갔지만, 이미 노동요는 사라져 있었다. 노동이 사라졌고, 그..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황유정 감독의 단편영화 "작은 방 (Small Room)" 에 대한 이야기는 2024년 초 만남에서 들었고, 오랜만에 영화음악을 하게 돼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한여름에 촬영을 했고, 2025년 1월 겨울이 한창일 때 편집된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후반 작업까지 잘 진행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면 더 없이 기쁜 일이 될 것이다. 아직 출연한 두 배우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음악을 만들면서 수백번을 봐서 그런지 길에서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것만 같다. 영화의 메인테마 곡은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can we meet again)"으로 영화에서는 변주된 곡을 들을 수 있다. 만남과 헤어짐은 삶의 앞뒷면을 이루는 한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별과 만남이 때론 버겁기도 하고 때론 가볍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