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래전부터 미술관에서 들리게 되는 소리에 대해 가끔 생각해 왔다. 많은 작업들이 ‘사운드 아트’라는 이름 아래 제시되지만, 그 소리들은 종종 귀로 경험되기보다 설명과 개념을 통해 먼저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듣기 전에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상황도 드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소리는 하나의 감각적 경험이라기보다 어떤 생각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내가 음악을 만들면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조금 다른 종류의 흐름이었다. 나에게 소리는 무엇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는 하나의 환경에 가깝다. 하나의 음은 다른 소리와의 거리 속에서 의미를 얻고, 어떤 소리가 길게 이어지면 주변의 침묵 또한 다른 성질을 갖게 된다. 새로운 소리가 등장하면 이전의 울림도 다른 방식으로 들린다. 그렇게 소리와 침묵, 울림과 공간은 서로의 성질을 조금씩 바꾸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간다.
이번 전시에 함께한 음악 역시 그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이 소리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마음의 잔향,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미세한 흔적들을 따라가며 만들어진 음악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순간들을 지나치지만, 그 대부분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채 사라진다. 그러나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그 감각들은 어딘가에 잔향처럼 남아 있다.
이번 작업이 상상하는 도시 또한 그런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느꼈다. 도시는 거대한 구조물이기 이전에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선, 머무름과 스침이 겹쳐지며 만들어지는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접히고 펼쳐지는 작은 구조물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공간을 이루듯, 음악 역시 서로 다른 소리들이 만나며 하나의 음향적 환경을 형성한다. 관객이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동안, 그 소리는 전시장 안의 공기와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잠시 머무는 마음들과 조용히 겹쳐진다.
나는 이 작업이 새로운 형식의 사운드 아트를 제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소리가 다시 한 번 ‘듣는 경험’으로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설명보다 먼저 귀에 닿고, 의미보다 먼저 공간 속에서 울리는 소리. 그 소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천천히 건너가며 작은 공명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여전히 음악이라는 형식에 대해 조용한 경이를 느낀다.
We Build This City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은 도시의 하루를 상상하며 만든 네 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객이 전시장 안을 천천히 걸으며 공간을 경험하는 동안 음악 또한 하루의 흐름처럼 함께 지나가기를 바랐다. 그래서 새벽에서 시작해 낮을 지나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결을 따라 소리를 놓았다. 전시장에서는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안내되었고, 그 안내문은 다음과 같았다.
도시의 잔향과 인간의 마음이 맞닿는 자리에서,
스쳐가지만 분명히 우리 안에 머물러 있는
따뜻한 순간들을 위한 음악입니다.
시간은 물결처럼 흘러가고,
마음은 그 안에서 잔향처럼 되돌아옵니다.
새벽의 고요한 숨결로 시작해,
낮의 온기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나,
밤의 부드러운 정적 속으로 스며드는 흐름 속에서
음악은 서로의 마음을 잇는 조용한 가교가 됩니다.
i) 새벽 :: 비가 오나 봐요
ii) 오전 :: 나는 늘 여기에 있어요
iii) 오후 :: 부유하는 사람들
iv) 밤 :: 세상 사이의 세상
At the place where the city’s resonance meets the human heart,
this music gathers the gentle moments that have passed yet still live within us.
Time flows like a wave,
and the heart returns within it,
like an echo.
From dawn’s quiet breath to the soft stillness of night,
the music becomes a silent bridge between hearts.
i) dawn :: looks like rain
ii) morning :: always here I am
iii) afternoon :: the floaters
iv) night :: a world between worlds
https://on.soundcloud.com/86KYJs3fVn1ok4LpfC
음악에 포함 된 소리 :
판교, 곡성, 정릉, 문래동, 부산에서의 수많은 주변 소리와 아직도 진득한 부산 사투리가 남아 있는 기범 형님이 책 읽어 주는 목소리
ECHO & FLOW_Busan MOCA mix
도시의 잔향과 인간의 마음이 맞닿는 자리에서, 스쳐가지만 분명히 우리 안에 머물러 있는 따뜻한 순간들을 위한 음악입니다. 시간은 물결처럼 흘러가고, 마음은 그 안에서 잔향처럼 되돌아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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