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O & FLOW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들의 기억들은 매끄럽고 거대한 강처럼 연결돼 있다기 보다는, 미세하고 수많은 결절과 끊김,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은 흔들리고, 어떤 생각은 스치듯 떠올랐다 이내 사라진다. 판단은 늘 확고하지 않고, 감정은 늘 단일하지 않다. 어떤 실수는 금세 잊히고, 어떤 고요한 순간은 이유도 없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 반복되는 ‘작은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삶은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며 쌓인다. 나는 그런 찰나들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다. 크고 뚜렷한 서사가 아니라, 기억조차 흐릿한 순간들의 층위를 따라가고 싶었다. 벽에 부딪혔다가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물속에 잠긴 손끝을 타고 전해오는 미세한 파동처럼, 잡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