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언트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 ‘앰비언트’라는 단어를 채널의 중심 키워드로 택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꽤나 넉넉하고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좋은 라벨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주변을 감싸는’, ‘배경이 되는’ 이라는 단어의 어원처럼, 내 음악이든 타인의 음악이든 그 어떤 결과물도 조심스레 감싸 안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개념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플레이리스트를 선별하고, 소개 문구를 쓰고, 해시태그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Ambient’라는 이름은 나에게 점점 낯선 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초 앰비언트라는 장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전에 만들어진 음악을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고 재단하고 있는 모습에, 이거 너무 넓고 깊은 바다에 잘못된 나침반 하나를 들고 뛰어든거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장르의 그늘 아래에서
대중음악의 세계에서 장르라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딜레마다. 펑크, 힙합, 포크, 재즈, 메탈… 들꽃처럼 피고 지는 무수한 이름들. 하지만 정작 그 경계는 모래 위에 그은 선처럼 흐릿하다. 형태는 있어 보이지만, 물 한 줄기만 스쳐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장르화의 관행은 분명 우리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해왔다. 특정한 취향을 탐색하기 쉽게 만들고, 어떤 음악을 어떻게 듣고 소비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지도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업적 분류를 위한, 철저히 유통 구조에 최적화된 라벨링이 자리하고 있다. 음악의 본질과는 무관한 마케팅의 언어. 그래서 어떤 때는 장르명이 음악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음악이 장르명을 억지로 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스트리밍 시대의 장르 – 더 복잡하고 더 단순한
예전에는 레코드 매장 진열대를 기준으로 장르 구분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태그’와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 이 태그들은 너무 단순화되어 있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오히려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떤 플랫폼에서는 앰비언트를 일렉트로닉 장르 안에 퉁쳐서 넣어버리고, 어떤 플랫폼에서는 아예 ‘앰비언트’라는 범주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또 어떤 곳에서는 다크 앰비언트, 드론, 뉴에이지, 포스트앰비언트, 사이비언트 등 수십 개의 하위 장르가 각각 다른 라벨을 달고 전시되어 있다.
이쯤 되면 창작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음악을 다 만들고,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마치고, 발매 직전의 마지막 단계에서 문득 멈칫하게 되는 것. "이 음악은 도대체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하지?"
장르 선택은 단순한 분류 작업을 넘어, 플랫폼 노출, 추천 알고리즘, 마케팅 방향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선택은 결코 사소하지 않고, 때로는 음악을 만들 때보다도 더 큰 곤란함을 안겨주곤 한다.
장르를 휘두르는 자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어떤 뮤지션과 레이블은 장르라는 칼을 영리하게 휘두르며 주목받고, 시장을 장악한다. 하나의 단어를 전유하고, 새로운 하위 장르를 창조하며, 사운드와 이미지를 정밀하게 포장해낸다. 장르가 아니라 브랜드로 움직이는 전략. 사실상 음악보다 ‘분위기’가 먼저 결정되는 이 시대에, 장르라는 도구는 더 이상 ‘설명’이 아니라 ‘지배’의 수단이 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을 부정하거나, 장르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어떤 범주 속에서 취향을 찾고, 선호를 형성하고, 추천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범주가 고정되었을 때 생기는 낡은 프레임, 그리고 무한히 쪼개진 카테고리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앰비언트를 생각하며
이제 앰비언트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마다, 나는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곤 한다. 배경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지만, 때로는 가장 앞에 선율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무의식처럼 깔리지만 가장 뚜렷한 감정을 남기기도 한다. 정적인 듯하지만 역동적이고, 장르의 외곽에 있지만 본질적인 음악.
이 채널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앰비언트’를 하나의 장르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의 경계 자체를 계속해서 질문하고 확장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아니라 과정. 장르가 아니라 방향.
장르라는 모래성 위에서 나침반을 들고 항해하는 일은, 예상보다 더 긴 여정이 되겠지만, 그 불확실함이야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가장 진실한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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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ent Music Lounge
Ambient Music Lounge is a channel dedicated to exploring and sharing music that reflects space and emotion through sound. Moving beyond fixed genres and formats, we focus on discovering and curating music with an ambient sensibility—shaped by diverse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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