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MSA solo Exhibition
[Drawing Art Work Show]
Waterspiders in the Speed Era
스피드시대의 워터스파이더
공간투. 2025.3.1.~2025.3.7
부풀리고 감추고 목소리가 큰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뼈 바람이 부나 지금 이 시각에도 몸을 갈아가며 "로켓배송"을 위해 뛰고 있는 많은 노동자를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이 전시는 진행 중이던 음악 작업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개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진행한 전시다.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배송"을 1번이라도 경험하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삶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사야만 한다. 먹어야만 하고, 노동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해소해야만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끊임없이 쇼핑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양배추 하나 사러 갈 시간을 아껴서, 우리의 삶은 더 여유로워졌을까. 정말 쿠팡의 "로켓배송"은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변화시켰나.
쿠팡 물류 센터 출고 파트에는 통칭 “워터”라 불리는 업무가 있다. "워터" 업무는 물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품을 배분하고 이동시키는 일이다. 쉽게 말해 출고 과정에서는 포장하는 팩커에게 지속적으로 제품을 갖다주는 역활이다. 정식 명칭은 “워터 스파이더 Water Spider”로 고된 쿠팡 노동 중에서도 더 고되기 때문에 거의 남자들이 업무를 맡으며, 대부분 기피하는 업무다. 포장 업무는 점차적으로 자동화/기계화가 진행 중이지만 이 "워터" 업무는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다.
여름은 말 할 것도 없고 한겨울에도 땀을 비오듯 흘리며 많은 아저씨들이 오늘도 이 "워터 스파이더" 업무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워터 스파이더" 업무에 몸을 갈아 넣고 있는 노동자들이, 부풀리고 감추다 못해 비밀이 너무 많은 초거대 기업의 하찮은 부품성 인력이 아닌, 그 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우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나는 요즘 왠만하면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시장에 나가 야채 가게에서 찬거리를 사고 있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할 때마다 '내일 아침까지 내가 꼭 그걸 가져야 하나'하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반찬을 준비하지 못했으면, 아침은 냉장고 있는 것으로 간단히 먹어도 되지 않을까.하며 쇼핑앱을 열기를 주저한다. 나의 삶을 그닥 풍요롭게 해주지도 못하는 이 '소비의 편리'를 '불편함'으로 다시 되돌려보려고 한다.
스피드와 효율 때문에 노동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생명까지 잃고 있는 노동자의 수가 생각보다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2025.4.1 release [Waterspiders in the Speed Rea]
- 스피드시대의 워터스파이더_영상, 음악, A4용지, 목탄, 펜, 흑연, 종이테이프_가변설치_2025
- 음악 : 속삭임의 무덤 (Whisper Ceme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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