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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갈 무렵 - JOUMSA
Towards the end of Summer - JOUMSA photo by LEE HAE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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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 갈 무렵
10대 후반부터 20대 초까지 끄적여 놓은 악보노트가 대략 열댓권 정도 된다. 앨범 수록곡의 정서적 연관을 위해 곡의 순번을 정하다 보면 한두곡 모자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오래된 노트를 열어 본다. 이 곡은 30여년 전의 노트에서 건져 올린 곡이다.
[LEFT] 앨범은 여름이 한창 기승일 때 준비하던 앨범이라 마지막 곡은 여름의 끝을 얘기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2023년 여름은 무척 더웠다. 요 몇년 여름이면 집을 나설 때 마다 이제는 노인인 엄니한테 인사 대신 하는 말이 있다. “제발 더우면 에어컨 좀 꼭 키고 있어. 사람이 얼어도 죽지만 더워도 죽는다고” 그래도 늘 우리의 부모는 전기요금을 더 무서워 한다. 더워서도 무섭고, 돈 쓸 부담도 무서운 시기가 어서 빨리 지나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곡 서두의 소리는 남대문시장과 경북 의성에서 녹음한 비소리와 사람들의 대화다. 처마 밑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시골의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시원한 비가 마지막 더위를 몰고 가면, 이어지는 삶을 위해 또 부산하게 움직인다. 모든 재난 영화의 마지막이 그런 것처럼 청명한 하늘의 밝은 빛이 우리의 길을 인도한다. 삶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