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 MOVE! MOVE! Largo
움직여라! 움직임이 전시된다.
토탈 라이브 드로잉 쇼 ‘MOVE! MOVE! MOVE!’은 ‘움직임’의 과정에 중점을 둔다. ‘뭅!뭅!뭅!’은 몸의 움직임, 소리의 움직임, 의식의 움직임을 통해 펼쳐지며, 서사보다는 추상에 가깝고, 단일한 것보다는 복합적인 것에 가깝고, 개념보다는 이미지에 가까운 공연-전시다.
2014년 4월 16일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 한 마디에 많은 희생자가 생겨난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부터 ‘뭅!뭅!뭅!’은 시작됐다. 바닷속 깊이 침몰한 배처럼 우리들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슬픔과 분노가 우리를 스스로 움직이게 했다. 그 움직임은 권력이 개인을 붙잡음으로써 발생하는 주체성 상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예술가들의 움직임으로 표현된 몸부림이었다.
첫 번째 ‘뭅!뭅!뭅!’은 2015년 페스티벌 봄에 초청되었다. 소나무섬, 전유진, 한받과 쌈장들, 김혜경, 남현우, 극연구소 마찰, 오재우, 홍상표, 김소은, 김슬기, 정찬균, 박철호, 김소영, 심보선 시인과 40명의 라이브 드로잉 참여자들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힘든 긴장감과 열정을 과감하게 보여줬다.
두 번째 ‘뭅!뭅!뭅!’은 2016년에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Espace29’에서 펼쳐졌다. 오재우, 전유진, 박철호와 프랑스 현지 무용수, 작가들과 함께 ‘개인의 불안과 사회적 공포’라는 공통 키워드를 통해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의식이었다. 슬픔의 의식은 위로의 의식으로 그리고 기쁨의 의식으로 전환되며 서로가 마음으로 소통하는 공연-전시였다.
세 번째 ‘뭅!뭅!뭅!’은 2017년 페스티벌로 확장하여 인디아트홀 공에서 한 달 동안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 되었다. 각자의 예술 영역 안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는 팀과 개인을 초청하여 좀 더 가까이 친근하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 이희문, 디지털아웃사이더(나가네오, 타케우치 사토루, 정고요나, 이동훈, 홍민기), 바리나모,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연출:강화정), 움직임탐구그룹 14feet(안무:이소영), 비기자 -등이 자유롭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공연-전시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움직여라! 폭 넓고 풍부한 표정으로 아주 느리게.
‘뭅!뭅!뭅!’은 보이지만 사라지는 것,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움직임의 흔적을 시시각각 드로잉이란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객석에 앉아 편안하게 공연자가 보여주는 장면을 보는 수동적 관람이 아닌 능동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전시이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관람할 수 있는 형식으로 예술가들도 관객들도 서로의 움직임을 통해 교감한다.
2021년 영등포 네트워크 예술제 주제는 ‘느리게’이다. 빠르게 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 우리(예술가)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또는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의 작은 움직임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과정의 시간은 우리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숨이 차오르지 않을 정도의 호흡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작은 변화를 꿈꾸는 것이다.
‘MOVE! MOVE! MOVE! Largo’는 폭넓고 풍부한 표정으로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예술가들의 의식(conscious)이면서 인디아트홀 공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의식(Ceremony)이 된다. 참여 예술가 각자가 표현하는 인터렉티브 영상, 사운드, 무용, 연극, 퍼포먼스, 페인팅, 음악 등이 서로 교감하고 융합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즐기는 과정 또한 의식의 일부가 된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타인의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 없는 결과가 어디 있을까?
‘뭅!뭅!뭅! 라르고’는 장르 간 움직임에 의한 충돌과 조화에 주목한다. 각자의 스타일과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서로 다름이 부딪히고 만나 하나의 공연이 되고 전시가 된다. 장르를 넘나드는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완성된 상태가 아닌 실험적 과정의 상태 그 자체가 작품이 되고 전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움직여라! 편 가르지 말고 즐겁게, 함께.
우리의 몸짓에는 길고 느리게 서서히 움직인 변화의 시간이 담겨 있다. 인디아트홀 공은 10년 동안 조금씩 움직이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 왔다. 대단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닌 위치에서 많은 예술가가 오가며 10년의 시간 동안 쌓아 올린 흔적으로 가득한 곳이다. 10년보다 더 오래전부터 많은 노동자가 이 자리를 거쳐 가며 남겨 놓은 흔적 위에 예술가(우리)들의 흔적이 덧씌워져 수십 년의 냄새가 먼지처럼 쌓여있다.
우리 주변은 수시로 변한다. 허름한 집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빌딩이 우뚝 생겨나고 또 숲이 깎이고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물리적 변화는 이제는 조금도 이상할 것 없는 일상이 되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주변 환경들은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너무 빨리 변하는 모습들이 똑같고 지루하다. 색깔도 냄새도 없는 똑같은 블록들이 네모 칸을 계속 채워나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대한 파도가 여러 번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들이기에, 또다시 고민하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 싶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느리지만 작은 변화를 꿈꾸며 일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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